美, 백신 수천만 접종분 ‘쓰레기통’에…‘위드코로나’에 “멕시코와 나누자”_파티 조명 슬롯을 설치하는 방법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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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백신이 남아도는 미국에서 지금까지 수천만 회 접종분이 버려졌다는 통계가 나왔습니다.

유통기한 안에 못 쓴 백신, 접종자를 못 찾아 버린 백신이 미국이 지금까지 아프리카에 기부한 양의 40%에 가깝다고 하는데요,

이렇게 버릴 백신이라면 인접한 멕시코와 나눠야 하지 않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멕시코 국경을 이정민 특파원이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멕시코 티후아나와 국경을 맞댄 미국 샌디에이고. 지난 11월 8일부터 백신 접종자에 한해 국경이 열리면서, 다시 멕시코 사람들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하루에도 두 세번씩 국경을 넘나드는 멕시코인 트럭운전사 니뇨 씨의 기대감도 큽니다.

[아돌프 니뇨 에스트라다/ 트럭운전사 : "국경에 사는 사람들에게 미국과 멕시코의 도시는 그냥 하나의 도시 같아요. 많은 멕시코 사람이 국경을 건너 일하러, 혹은 공부하기 위해 여기 미국에 오죠."]

미국 '위드코로나'의 신호탄이 된 국경 개방.

시내에서 국경까지 불과 차로 20분도 안 걸리는 샌디에고 주민들은, 경제를 살리기 위한 개방이 필요하다면서도 속내가 복잡하다고 말합니다.

[마르시아 블레든/샌디에고 주민 : "(국경 개방이) 안전할지 자신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국경 인근으로는 가지 않을 것 같아요. 하지만 개방이 필요하다는 건 인정해요. 좀 복합적인 심정이죠."]

백신 접종률이 80%라고 얘기하는 멕시코 정부와 달리, 국제기구와 단체들이 집계하는 멕시코의 백신 접종률은 50% 미만, 세계보건기구와 미국 보건 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한 백신, 그러니까 러시아의 스푸트니크V나 중국의 칸시노 백신 접종자에 대해서는 여전히 입국이 금지돼 있습니다

하지만 돌파 감염을 우려하는 샌디에이고 주민들의 불안감을 씻기엔 역부족입니다.

결국 샌디에이고 카운티, 지자체가 직접 해법을 고민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미국과 멕시코의 또다른 접경지역인 엘 센트로의 한 백신 접종센터.

미리 준비해놓은 백신이 가득합니다.

백신 추가 접종 확대에 이어 최근엔 어린이 백신 접종까지 시작했습니다.

[이베트 루이즈/엘센트로 주민 : "저와 남편은 모두 접종을 마쳤고요. 아이는 나이 때문에 이번에 첫 백신 접종을 하게됐습니다. 저는 모더나 백신으로 3차 추가 접종도 최근에 마쳤습니다."]

문제는 배포되는 물량에 비례해 버려지는 백신도 많아진다는 겁니다.

미국의 한 약국, 남는 백신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직접 찾아가 물어봤습니다.

[백신 접종 약사 : "(남은 백신이 있으면) 접종 대기자들에게 연락해봅니다. 그래도 접종자를 찾지 못하면 버릴 수 밖에 없어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백신 한 병을 여러 번에 걸쳐 나눠 접종하게 돼 있는데 이걸 기한 내에 다 접종하지 못할 경우, 혹은 아예 유통기한 여섯 달을 넘기는 경우, 모두 폐기됩니다.

미국 전역에서 이미 2천4백만 회 접종 분량의 백신이 버려졌습니다.

미국 전역에 배포된 백신의 약 5% 가량입니다.

폐기되는 백신 통계도 미국 정부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실제 버려진 건 더 많을 거라는 게 전문가들 얘깁니다.

하지만 샌디에이고 카운티 정부는 오히려 이 버려지는 백신에서 답을 찾았습니다.

버려지긴 너무 아까운 백신이니 인접한 멕시코와 나누는 걸 허가해달라고 백악관에 청을 넣은 겁니다.

카운티 정부는 물론, 지역 국회의원들까지 나섰습니다.

모든 백신을 필요한 사람에게 최대한 활용하자는 인도적 이유, 동시에 샌디에이고 주민들 건강도 우려된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제스 맨델/UC 샌디에이고 의대 교수 : "백신 나눔은 샌디에이고는 물론 다른 국경지역의 미국인들도 보호하는 방법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더 잘 통제해야, 코로나19가 양쪽 국경 모두에서 사라질 겁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미국을 오가길 원하는 멕시코로서도 마다할 이유 없는 제안이었습니다.

[카를로스 곤잘레즈 구티에레즈/샌디에이고 주재 멕시코 영사 : "미국으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면, 멕시코는 목표로 하는 백신 접종률에 완전히 도달할 수 있을 겁니다. 미국과 멕시코 양쪽 모두가 보호받지 못하면 둘 다 안전할 수 없다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백악관은 샌디에이고의 요청을 거절했습니다.

백신은 지자체가 아닌 연방정부, 즉 국가차원에서 관리돼야 한다는 이유였습니다.

효율성도 검토됐을 거라는 게 보건 공급망을 잘 아는 전문가 얘깁니다.

[프라샨트 야다브/INSEAD 조교수 : "백신을 나눈다는 게 올바른 생각일 수는 있지만, 물류나 그 복잡성, 책임 조항이나 계약 조건 등을 생각해 고려해야 할 문제입니다. 나쁜 아이디어라는 게 아니라, 좀 더 현실적으로 봐야 한다는 거죠."]

하지만 주민들 사이에선 여전히 백신을 어떤 방식으로든 나눠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파블로 라미레즈/샌디에고 주민 : "백신을 다른 나라에 나눠주는 건 정말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스스로가 안전해지도록 돕는 방법입니다."]

[아돌프 에드워드/엘센트로 지역의료센터장 : "어떤 백신이라도 사용되지 않는다면 누구에게라도 접종되는 게 가장 좋습니다. 그래야만 효과를 보게 되는 거죠. 쓰이지 않으면 계속 버리게만 되는 거예요."]

위드코로나와 맞닥뜨리게 된 지금, 나만 생각하는 백신 독점보단 나눔이 나와 우리를 구할 거란 생각이 국경 지역부터 시작되고 있습니다.

샌디에이고에서 이정민입니다.